눈곱 만큼은 ..
청맥 ,연용옥
나는 행복하다
네 식구가 사는 집이 있고
먹는 것에 큰 부담 없고
제 철에 맞는 옷은 입고 산다.
아이들이 활달하니 왕따는 아니고
나보다 키 큰 아들이 있고
재롱 덩어리 작은 딸이 있고
심심하면 부부싸움 할 아내가 있고
아직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찾아주는 친구 선후배가 있고
때로는 시간 내서
글도 쓰고 산에도 가고
좋다는 영화도 가끔은 본다.
이루어 놓은 것이 적으니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욕심이 적으니 조금으로도 만족하고
건강하니 생각도 많고
금전이 부족하니 과용이 없고
필요하면 빌려 쓸 곳이 있고
친인척이 여럿이니
가고픈 곳이 많아
외로움이 덜하다
그런데 술과 담배를 좋아해서
아내의 잔소리가 심하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말하기 싫은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