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맥, 연용옥
나를 놓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루를 살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고픈 것들과 살기를
누구에게 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귀찮게 하고픈 마음도 없습니다
이런 따사로운 봄날에는 발 가는 데로
한 발씩 옮기며 지난 소중한 기억을 찾아
여행을 하고 싶답니다
걷다가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산길 깊은 곳에서 경운기
아니 소달구지면 더 좋지
이렇게 어린 추억이 그리운 날에는
나를 놓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2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