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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를 위해 /정환웅

반디불~ 2020. 5. 4. 05:01

나 하나를 위해
글/정환웅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잡초마냥
땅바닥을 기다가 기어가다가
감고 올라갈 버팀목, 당신을 만났습니다.
오로지 솟아오르고자
당신을 칭칭 감았습니다.
때론 당신의 손을 묶고
목을 졸랐습니다.
나 하나를 위해,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척추가 없는 나를 위해
척추가 되어 준 당신께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해가 지면
저는 오늘 밤 내내
당신을 위해
한 송이 꽃을 준비하겠습니다.
이슬 머금은 아침이 오면
당신의 마음과도 같이
활짝 핀 웃음으로
당신을 뵙겠습니다.
그리고
한낮이 오기 전에
당신의 사랑이 더 이상 뜨거워지기 전에
한 송이 아쉬움으로
조용히 시들겠습니다.
당신의 청명한 아침을 위하여
나만의 이기적 순정을
고이 접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