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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 젖다 / 박미리

반디불~ 2020. 11. 3. 05:12

단풍에 젖다 /향린,박미리 불 붙은 가을산이 붉은 깃 내세우고는 열렬히 호객행위 중이다 심장에 붙은 불길로 움직이는 동체는 모조리 빨아들인다는데 그 내밀한 작업이 궁금하여 뒤도 안 보고 따라 붙이는 발길이 자석이 따로 없다 아무튼 그 속에 빨려든 후엔 하나같이 붉은 이불 뒤집어쓰고는 쓰러지기라도 한 건지 그 뒷모습이 감감하기만 한데 설령 허풍 뿐인 호객인들 어떠랴 지고 간 번민 다발 벗어 놓고 나비 되는 홀가분함, 그 희열 하나면 백번을 홀려도 좋을 여우 같은 산 홀딱 젖고서야 풀려난 그 품의 여운 탓에 오늘 밤은 꿈에서도 호객 당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