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 도지현 기억을 걷는 시간 詩/도지현 하얗게 바래진 기억 속에 흐려진 렌즈의 초점 가물가물해지는 빛 바랜 기억을 잡고 있습니다 서리꽃은 하얗게 피었고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나온 시간 회오만 남습니다 텅 비어 버린 공간 속에 차곡차곡 채워 나가는 기억들 더 이상 채워지지 않아 애끓는 마음 엉켜진 실타래 같이 풀리지 않는 연무 속을 헤매며 시간이란 외줄을 바우덕이 처럼 아슬아슬하게 걷습니다.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18
당신께 보냅니다 / 박미리 당신께 보냅니다 향린/박미리 내 마음 맡겨둔 당신께도 겨울이 와 있겠지요 오늘 보낸 소포가 당신께 닿을진 몰라도 겨울을 데울 난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맡겨둔 당신 마음 혹시 잊었나 하여 동봉합니다 사랑보다 뜨거운 난로는 없을 테니까요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17
겨울 여자 / 정연화 겨울 여자 詩/정연화 차갑게 식은 커피를 조용히 내려다 보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여자 눈 내리는 날에 오히려 손과 마음이 더 따뜻한 여자 겨울에 태어난 여자 겨울에 이별한 여자 겨울을 사랑하는 여자 겨울에 외로움을 가장 많이 타는 여자 그 여자 겨울 여자,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10
겨울의 길목에서 / 박미리 겨울의 길목에서 향린/박미리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이면 화안한 그 미소가 더욱 그리워져요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며 꽃처럼 웃던 그 모습 저 바람도 기억하는지 따스했던 우리 그 겨울 속을 데려가네요 기어이 떠나야만 했던 까닭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보고픔이 더해지는 찬바람의 계절이면 목메인 추억 하나 울고 갑니다 이 겨울을 또 어이할까요.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09
기다림 / 원태연 기다림 詩/원태연 가장 고된 날을 기다렸다가 그대에게 전화를 걸지요 고된 날에는 망설임도 힘이 들어 쉬고 있을테니까요 가장 우울한 날을 기다렸다가 그대에게 편지를 쓰지요 우울한 날의 그림움은 기쁜날의 그리움보다 더욱 짙게 묻어날 테니까요 고된 일을 하고 우울한 영화를 보는 날이면 눈물보다 더 슬픈 보고픔을 달래며 그대의 회답을 기다리지요,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06
고독을 위한 의자 / 이해인 고독을 위한 의자 詩/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05
겨울 아침 창가에서 / 이창휘 겨울 아침 창가에서.. 詩/강재현 투명한 이슬이 나의 창을 비추면 언젠가 내게 돌아오리라던 너의 그 말에 나의 하루는 가슴이 떨려와 어쩌다 가끔은 눈 내리는 아침에 눈을 밟으며 걸어오리라던 슬픈 그 약속 이제는 제발 믿지 않게 해줘 너무 오래 아팠던거야 아무런 의미도 없이 지난 날을 그토록 오래 기다림을 주었었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널 위해 기도할게 눈꽃처럼 창백해진 겨울 아침 창가에서..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02
12월은 / 하영순 12월은 글/하영순 사랑의 종 시린 가슴 녹여 줄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음 좋겠다 딸랑딸랑 소리에 가슴을 열고 시린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2.01
기다림 / 성백원 기다림 詩/성백원 매일 만나는 사이보다 가끔씩 만나는 사람이 좋다 기다린다는 것이 때로 가슴을 무너트리는 절망이지만 돌아올 사람이라면 잠깐씩 사라지는 일도 아름다우리라 너무 자주 만남으로 생겨난 상처들이 시간의 불 속에 사라질 때까지 헤어져 보는 것도 다시 탄생될 그리움을 위한 것 아직 채 벌어지지 않은 석류알처럼 풋풋한 사랑이 기다림 속에서 커가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는 슴벅슴벅한 가슴일지라도 다시 돌아올 사랑이 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리라..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1.29
겨울 바다, 겨울 바다 詩/오경옥 무슨 말이든 전할 수 없을 때 어떻게든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기다림에 가슴 먹먹하도록 그리워질 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될 때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다름과 차이 앞에서 혼란스러울 때 존재에 대한 정체성 앞에서 갈등과 번민에 휩싸일 때 그래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될 때 달려가곤 했었지 무작정.. ♡ 영상과 고운 글 ♡/시인님들의 글 2020.11.26